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
seon1452 on 11 8월, 2025 | 1 Comment
10년 후 은퇴하겠다”는 한 정비소 대표의 말을 듣는 순간, 치열했던 나의 8년 전을 떠올렸다.
나는 시골에 살면서 인터넷 마케팅을 코칭한다. 코칭 대상은 쇼핑몰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이다. 지난 주 수요일, 수입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대표를 코칭했다. 운영하는 정비소 홍보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중이다. 자동차 정비, 웹사이트 제작 모두 그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한다. 코칭 중 10년 후에 은퇴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했다.
은퇴 계획을 듣고 “은퇴 후에 어떻게 지내고 싶으신가요?” 물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성공적인 은퇴를 할 거라고 믿는다.
코칭이 끝나고, 생각이 이어졌다.
은퇴란?
네이버 사전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제미나이는 ‘현대의 은퇴는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제2의 인생을 위해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Re-tire) 자아를 실현하는 주체적인 삶의 재설계 과정으로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제미나이 설명에 더 공감 간다.
나의 새로운 시작, 즉 은퇴는 8년 전에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무모한 결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인쇄물 디자인을 25년 이어서 하고 있었다. 웹사이트가 필요했다. 업체에 맡겨 만들었지만, 직접 만들지 않은 사이트는 쓸모가 없었다. 글자 하나 바꾸려 해도 업체에 연락을 해야 했다. 스스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50대였고, 그런 일은 20~30대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만든 사이트를 두 번씩이나 폐기하면서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웹사이트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관련 스터디에 등록했다. 스터디방은 마포에 있었다. 내가 살던 분당에서 마포까지 지하철을 타고 2시간 가까이 가야 했다. 30만 원을 주고 구입한 중고 노트북은 너무 무거워서 손목과 어깨가 아팠다. 그곳에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30~40대 대표들 10명 정도 있었고, 그들은 내가 합류하기 1년 전부터 모여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스터디는 리더가 방향을 알려주면 구체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기초적인 지식도 없었던 나는 아무런 성과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을 때조차 그들이 하는 대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한국어인데 동시에 외계어였다.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다. 워드프레스 관리자 페이지의 필요한 메뉴를 찾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장 어려운 것은 용어였다. 낯선 용어들은 반복해 들어도 내 것이 되지 않았다. 그곳은 학원이 아니었고, 앞서 말한대로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여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것도 쉽지 않았다. 질문을 하려해도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고 생각할까봐 괜히 주눅이 들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글링만이 유일한 도구였다. 끝없는 막막함이 이어졌었다. 1년 6개월이나 지나서 겨우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좌충우돌 끝에 웹사이트를 완성하고 한 달 쯤 지난 어느 날 친구가 전화했다. 본인 회사의 웹사이트가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회사 형편상 전문 업체에 의뢰하기 어려워 연락한 것이었다. 하지만 웹사이트는 만들고 싶지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친구에게 마포에서 스터디를 이끌던 분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스터디 리더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친구 회사 사무실에서 마포같은 형식의 스터디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덧붙여 나에게 그 스터디의 부리더로 참여해 달라 했다. 조건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스터디 모임에 나는 한 달 4회를, 본인은 2회만 참가하는 거였다. 결론은 한 달 4회 중 2회는 나 혼자 스터디를 리드해야 한다는 거였다.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부리더 역할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친구 돕는다 생각하고 시작하세요. 스터디를 오픈해도 아무도 등록하지 않을 거예요. 누가 워드프레스로 사이트 만드는 스터디에 가입하겠어요?” 라며 설득했다. 하긴 마포에서도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제작을 위해 스터디에 등록하는 사람은 1년 반 동안 나 이외에 한 사람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친구 사이트를 완성할때까지 잠깐 거들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친구의 사이트 완성을 끝으로 스터디는 종료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스터디 문을 열자마자 웹사이트를 만들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5명이나 등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터디는 2년에 동안 이어졌다. 처음 약속대로 한 달 4주 중에 2주는 온전히 나 혼자 스터디를 리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리더는 본인의 철학대로 스터디는 스스로 공부하는 곳이라며 참가한 사람들이 직접 문제 해결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막막함을 미리 겪어본 나로서는 그냥 “찾아보세요.” 또는 “구글에서 검색해보세요.”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과가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스터디를 찾아오는 대표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초보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웹사이트 제작을 코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기 1년 동안은 정말 난감한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다. 질문에 막히면 다음주까지 꼭 알아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는 것을 그 경험을 통해 알았다. 감사하게도 스터디 참가 대표님의 너그러움과 격려 속에 나는 매주 성장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나의 전환은 의지와 상관없이 차근차근 준비되었다. 그 경험을 시작으로 3년을 더 헤맨 끝에 어느 정도 코치로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은 웹사이트 제작, 쇼핑몰 제작, 구글과 네이버 그리고 메타 광고, 데이터 분석,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다양한 분야를 코칭한다. 다양한 분야를 코칭할 수 있게 된 이유는 구글링을 하면서 웹사이트를 만들던 때에 만들졌다고 느낀다. 낯선 것들을 익히는 불편함을 견디는 끈기가 생긴 덕분이다. 지금도 매일 낯선 것들과 마주한다. 하지만 낯섬을 반복하면 어느덧 익숙한 것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불편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낯선 것에서 익숙한 것으로 느껴지기까지는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때문인지 지능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익숙해질때까지 반복할 자신은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단지 느릴 뿐이다.
만약 또 다른 전환을 해야 한다면, 이번보다 더 준비된 모습으로 할 수 있을 거다. 왜냐하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히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 은퇴 후도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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